[생활 속 과학 상식 바로잡기] 혈액형의 특징을 알면 무엇이 유익할까?

분류
생명과학 | 분자생명
작성자
생물학 연구정보센터
작성일
2020-08-21
조회수
246

고등학교 시절, 생물 수업 시간에 혈액의 응집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처음 초등학교라는 곳에 입학했을 때, 어린 학생들의 피를 뽑아 혈액형 검사를 했던 그 방식 그대로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4명이 한 조를 이뤘는데, 실험은 조원 중 한 사람의 피를 실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시간이 남기도 했고, 나름 호기심도 있어서 조원 모두의 피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다. 네 명 모두의 결과가 나왔고, 결과는 모두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혈액형을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실험은 제대로 한 것이었다. 모두가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었고, 모두 AB형이었다. 4가지 혈액형 가운데 모두 같은 경우가 흔하지도 않은데다가 가장 드문 혈액형을 갖고 있어서 그저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어도 친밀감이 상승한다는데, 우리는 혈액형으로 동지가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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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식 혈액형 (200degrees, pixabay)


작년 말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 19 (COVID19 – Corona Virus Disease 19) 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 (pandemic) 으로 발전하여 온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 받은 사람의 수는 2020년 8월 현재 1,700만 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1], 현재의 이 세계적인 대유행이 언제 종식될지는 불확실한 예측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중국에서는 지난 3월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들의 혈액형별 현황을 토대로 혈액형과 이 질병의 연관관계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ABO식 혈액형들 중에 A형이 가장 이 질병에 취약하며, O형의 경우가 이 질병을 가장 잘 이겨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에도 이 내용이 언론 [2] 을 통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언급하며 다양한 반응들을 보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며 그 내용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 

 

2020년 8월 현재 COVID19 확진자는 1,795만 명을 넘었다

2020년 8월 현재 COVID19 확진자는 1,795만 명을 넘었다. (Isaac Quesada, Unsplash)


과학적 증명은 상관관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가 확산되던 초기에 초고속 인터넷 5G 통신망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있었다 [3]. 이 내용은 SNS를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급속히 퍼졌고, 일부에서는 5G 통신망 장비들이 사람들에 의해 파손되기도 했었다. 당시 이러한 주장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현황을 나타내는 지도와 5G 통신망이 설치된 현황을 나타내는 지도를 비교했을 때, 그 분포 경향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었다. 또한 5G 통신망을 통해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연결하여 사용할 경우, 신체의 면역 기능이 약화되어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에 취약해진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신뢰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으며, 앞서 제시한 5G 통신망과 감염병 확진 환자 분포가 비슷한 것은 인구밀도 때문이었다. 더 많은 인구가 사는 지역에 더 많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이고, 더 많은 인구가 사는 지역일수록 더 많은 인터넷 연결망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5G 통신망과 확진 환자 현황 모두 인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보니 상관관계를 논할 수는 있지만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혈액형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 역시도 아직은 인과관계를 밝혀낼 만큼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중국의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2003년 SARS-CoV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의 유행 때도 호흡기 관련 질환과 혈액형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됐었다. 2008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O형의 혈액형을 가진 환자들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SARS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4]. SARS와 COVID19의 두 사례 모두 혈액형과 질병 민감성 (disease susceptibility) 간의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후에 중국 뿐 아니라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진들에 의해서도 같은 결과가 발표되었다 [5]. 이 후속 연구에서는 질병 민감성 뿐 만 아니라 혈액형 별 확진 환자들이 중증의 환자로 발전되는 비율을 비교하였다. 혈액형 별로 성별과 나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조건에서 A형의 환자들이 산소 호흡기나 ventilator를 이용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환자로 발전되는 확률이 가장 높았고, B형과 AB형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O형의 경우는 가장 낮은 확률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혈액형별로 호흡기 관련 질환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해 보이는 예는 혈액형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혈청아밀레이스 (serum amylase) 활성이다.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 효소의 활성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탄수화물의 체내 농도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이로 인한 수소 생산이 증가된다. 몸 속 수소의 증가는 염증반응을 방해하여 몸의 면역 기능을 방해하는데, 특히 COVID19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염증전 사이토카인 (proinflammatory cytokines) 의 불충분한 공급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6].

 

계속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앞으로 사람의 혈액형과 질병에 관한 연관성이 더 많이 밝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흡기 질환 뿐 아니라 다른 질병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인 것들이 많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질병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일 것이다. 대부분의 자연 현상들이 단 한 가지 원인만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없는 것과 같이 질병의 발병과 발전도 단 하나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COVID19에 의한 호흡기 질환에서도 혈청아밀레이스 활성의 차이는 탄수화물 분해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체내 수소 생산에 영향을 준다. 이어서 수소는 세포신호전달 과정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사이토카인 생산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염증반응에 영향을 주고 결국에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게 한다. 이처럼 효소활성이 질병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치는데, 각 단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들은 지금 언급한 것들 외에도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호흡기 질환의 발병과 발전은 혈액형의 차이에 의한 원인보다 더 깊은 연관성을 갖는 유전적인 요인들이 있을 수 있으며, 유전적인 원인에 못지않게 개인의 생활 습관과 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각각의 혈액형은 혈구세포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이 차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 다각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사실이며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이 질병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보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과 이 연구결과를 근거로 어떤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시점(혈액형이 호흡기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시점)에서 혈액형별로 자유를 통제하거나 차별조치를 하는 등의 행동은 결코 지혜로운 행동이라 할 수 없다. 이번 COVID19 대유행 초기에 일부 국가에서는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노인인구의 이동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조치를 고려하기도 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나이와 질병의 상관관계가 더욱 명확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치는 실시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질병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을 내포한 유의미한 연구 결과의 활용은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공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혈액형은 응급상황에서 긴급수혈이 필요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더 혈액형을 의식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혈액형별 심리테스트 같은 콘텐츠들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혈액형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혈액형과 질병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사람들의 흥미를 많이 끌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혈액형별 특징과 그에 따른 위험질병에 대한 정보를 안다면 삶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유전적 특징을 밝혀내는 연구들은 향후에 개인별로 특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분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로 강점과 약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계획해 나갈 수 있는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문헌


[1] Telegraph, Coronavirus Live Maps 
https://www.telegraph.co.uk/news/coronavirus-uk-cases-deaths-world-map-live/
[2] 임해원, 이코리아, http://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876
[3] Harmeet Kaur, CNN,
https://edition.cnn.com/2020/04/08/tech/5g-coronavirus-conspiracy-theory-trnd/index.html
[4] Patrice Guillon et al., Inhibition of the interaction between the SARS-CoV Spike protein and its cellular receptor by anti-histo-blood group antibodies, Glycobiology (2008)
[5] Anne Gulland, Telegraph,
https://www.telegraph.co.uk/global-health/science-and-disease/people-blood-type-likely-suffer-severe-coronavirus-symptoms/
[6] Aryo Tedjo et al., Between Intestinal Hydrogen and COVID-19: A Blessing in Disguise for Asians and Blood Type O?, SSRN (2020)

 

글 : 서규원 (연구자, 고려대학교)
핵심내용

고등학교 시절, 생물 수업 시간에 혈액의 응집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 처음 초등학교라는 곳에 입학했을 때, 어린 학생들의 피를 뽑아 혈액형 검사를 했던 그 방식 그대로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4명이 한 조를 이뤘는데, 실험은 조원 중 한 사람의 피를 실험하면 되는 것이었다.

원문링크정보

http://me2.do/FmTRvzk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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