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로 살아가기 시즌 2]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 논문 쓰기

분류
생명과학 | 분자생명
작성자
생물학 연구정보센터
작성일
2023-09-18
조회수
33

과학 논문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면서부터 숙제가 된다. 석사 혹은 박사 과정 동안 연구했던 내용의 배경과 실험 방법, 결과, 그로 인해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등을 정리해서 같은 분야 연구자들에게 검증을 받고 공유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있다. 이것을 우리말로 정리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름의 양식이 있고 그 양식에 맞춰 다른 사람들이 내 연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흐름에 맞게 잘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부터는 이 작업을 영어로 변역하는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내 연구 업적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검증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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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communications homepage


일단 논문을 작성한 후 영어로 번역 작업을 거치면 교수님이나 책임 연구자에게 1차로 confirm을 받는데 대개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feedback이 이뤄진다(여기서 벌써 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단계를 거친 후 우리는 native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 한 번 이상의 교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법의 교정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까지 보는 거라면 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교정이 끝나면 드디어 submission 할 준비가 된 상태고 투고하고자 하는 학술지 홈페이지에 내용을 입력하고, 제출하고, 기다린다.

과거 모든 파일을 메일로 보내던 것이 지금은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대한 심플하게 적어봤는데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논문을 써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렇게 작성된 논문을 보려면 학술지를 연 단위로 구독하거나 논문 한 건 당 돈을 내야 한다. 요즘은 많은 학술지가 open access 시스템이라 논문을 투고할 때 논문 투고료를 내야 한다. 권위 있는 학술지일수록 투고료가 비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런 학술지는 논문을 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연간 논문이 이용될 비용을 계산해서 투고자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내는데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과학계가 본인의 연구에 대한 성과를 논문 지표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impact factor가 높은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게재했는지가 본인 연구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돈만 내면 투고가 가능한 약탈 학술지 같은 이슈도 생기게 된다. 연구 평가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아직 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지 체감하기는 힘든 것 같다. 논문의 평가는 또 연구비 수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랩 스케일의 연구 성과에서 벗어나 얼마나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지, 연구 그다음 단계로 비 임상, 전 임상을 거쳐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가를 평가하는 과제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마냥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만 할 수도 논문 평가를 등한시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논문이 특허가 되고 특허가 제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연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인 것 같다. 연구 그다음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정리해 보겠다.

논문 투고에 대한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논문을 작성하면서 연구의 배경이 되는 내용을 정리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이 참고 문헌이다. 논문의 내용에 따라 참고 문헌의 수도 다양한데 이러한 참고 문헌을 볼 때 학교 혹은 연구소에 따라 관련 분야의 몇 가지 학술지는 논문 구독료를 지불하고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양의 논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논문이 내가 속해있는 학교나 연구소에서 구독하고 있지 않으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RISS 같은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사이트에서 국내외 학술 정보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부족한 경우도 있다.

예전에 찾고 싶은 논문이 열리지 않아서 BRIC 사이트에서 도움을 구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연구자끼리 본인이 속해 있는 기관의 구독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다 생겨난 것이 sci-hub이다. 구글에 sci-hub를 치면 ‘수천만 편의 유료 논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논문 검색 엔진 사이트로 2011년 당시 카자흐스탄의 대학원생이었던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이 출판사들의 지불 장벽에 반발하여 설립하였고, 이후 오픈 액세스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 사이트의 존재가 불법인가 아닌가를 두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고 법적 분쟁으로 원래의 도메인이 없어지고 현재도 사이트가 계속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개 연구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근무하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는 sci-hub의 모든 사이트를 막는 바람에 이용에 제한이 있다. 물론 개인 인터넷으로는 여전히 이용 가능하지만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긴 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반대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학술지를 게재하는 회사에서 얘기하는 지적 재산권의 보호는 물론 중요하다. 같은 논문을 어느 누구는 돈을 내고 보고 다른 누구는 무료로 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도 하다. 국내에서 연구자들을 위해 더 많은 논문들을 공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sci-hub가 없어도 원하는 논문이나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 날다비(필명)

핵심내용

과학 논문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면서부터 숙제가 된다. 석사 혹은 박사 과정 동안 연구했던 내용의 배경과 실험 방법, 결과, 그로 인해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 등을 정리해서 같은 분야 연구자들에게 검증을 받고 공유하는 모든 과정이 담겨있다. 이것을 우리말로 정리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원문링크정보

https://me2.do/GYcOKd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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